한전·KT·옴니, 이란 전력·통신시장 연다

입력 2016-05-01 17:48   수정 2016-05-02 09:18

한경 이란포럼 - 양국 경제인 총집결
한국 '스마트 기술'에 반한 이란…전력·통신 '제2 중동특수' 온다

유럽·일본 제치고 원격검침시스템 시범사업
박 대통령 "IT·의료 등 새로운 협력 틀 기대"

한전, 송·배전 효율화 사업에 참여 추진
KT, 원격검침시스템 수도·가스로 확대
디지파이, 무선 인터넷망 75억달러 계약



[ 장진모 / 김순신 기자 ]
올초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에서 한국 기업들이 도로 발전소 등 건설 외에 전력·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적극 참여한다. 한국전력과 KT, 옴니시스템 등 3개사는 이란의 전력 원격검침시스템(AMI) 구축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경제신문사가 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연 ‘한경 이란포럼’에 참석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이란전력공사(Tavanir)와 3일 AMI 구축 합의각서(MOU)를 맺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AMI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미터기를 각 가정에 설치해 전기 사용량을 원격 검침하고 晥?데이터를 분석해 전력망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한전은 이 사업을 위해 KT, 옴니시스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IoT 인프라를 구축하고, 옴니시스템은 스마트 미터기 등 AMI 장비를 공급한다. 한전은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전-KT-옴니시스템 컨소시엄은 시범사업으로 테헤란 주변 공장지역과 호르무즈섬 등 도서지역에 있는 1만2000가구에 AMI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란 정부는 AMI를 1000만가구에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이 사업 규모는 4조~5조원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전용기편으로 이란에 도착, 2박4일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이란 유력지 이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프라, 에너지 외에 정보기술(IT)과 보건의료 등에서도 협력사업이 많이 논의돼 양국 간에 새로운 경제협력의 틀이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 전역에 전력 원격검침 시스템(AMI)을 구축할 계획인 이란 정부는 이번에 도입하는 스마트미터기의 통신·검침 성능을 검증한 뒤 내년께 전국 1000만가구에 AMI를 보급하는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AMI는 전력, 통신, 계량기 기술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전력 효율성을 개선하는 대표적인 융합 사업”이라며 “국내 전력과 정보통신기술(ICT), 스마트미터기 분야의 1위 업체들이 이란 시장 개척을 위해 힘을 모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또 “에너지 신사업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해외에 동반 진출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란 전력공사 관계자는 “이번 AMI 구축 시범 사업은 앞으로 진행할 전국 단위 사업의 표준을 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럽과 일본 업체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20여개국에 진출한 한국전력의 검증된 전력망 관리 기술과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AM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옴니시스템의 기술력 등을 보고 한국 컨소시엄과 사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가 대대적인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1979년 미국과의 국교 단절 이후 37년간 이어진 경제제재로 전력시설이 크게 낙후했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올해 초 17.2%에 달하는 송·배전 손실률을 7%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1만7000㎿ 규모 노후 발전소의 가동률을 현재 33%에서 5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란 전력공사 관계자는 “한전의 송·배전 손실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3.6%에 불과하다”며 “한전이 이란의 전력 사업에 참여해 효율적인 전력망 운영 기술을 전수해주면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이란 경제가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AMI 구축 외에도 이란에서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 효율 향상 등 광범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민자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초고압 직류송전 등 송·배전 효율 개선 사업 등에 참여하기 위해 실무 협의를 벌이고 있다”며 “발전에서 송·배전, 스마트그리드로 이어지는 모든 사업 영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AMI 인프라의 활용 범위를 전력에서 가스 수도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황 회장은 “AMI를 수도, 가스, 열량 등의 원격 검침에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상시적인 전원 없이 작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사물인터넷 망이 필수인데, KT는 세계 최초로 관련 기술을 상용화했다”고 설명했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은 “지난 19년간 스마트미터기를 개발·생산한 노하우와 최근 수년간 벌인 스마트그리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중동 지역에 적합한 검침·모니터링·검증(MMW) 융합 모델을 완성했다”며 “이집트 정부와도 AMI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파이코리아는 이란 통신 합작법인인 ICCO에 3년간 75억달러(약 8조3000억원)의 무선 인터넷 관련 기술 및 안테나를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A)을 2일 체결한다고 밝혔다. ICCO는 이란 국립산업광산은행과 현지 통신기업 이자드가 민간 통신망과 국가재난 통신망 구축을 위해 설립한 합작기업이라고 디지파이코리아는 설명했다.

한만기 디지파이코리아 사장은 “오는 7월로 예정된 ICCO와의 본계약이 체결되면 2020년까지 이란 전역 1만8000여곳을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인터넷망으로 연결할 것”이라며 “안테나 하나로 반경 8㎞ 지역에 무선 인터넷을 공급하는 장비의 도입과 설치·운영은 10월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 이란포럼’ 토론 내용은 3일자에 게재합니다.

테헤란=장진모/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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